강이별이
둘이는 남매라 한다. 암컷 별이에 대한 강이의 사랑은 지극하다.
강이의 보호를 누리는 별이는 별로 무관심한 듯한데 그들 세계를 어찌 알랴.
신학교 성모동산으로 묵주 들고 산책을 갈 때 데리고 나간다.
별이 하나만 데리고 가면 강이가 신음을 한다고, 둘 다 데리고 가야 한다고, 강별이의 모든 팬들이 말한다.
그래서 강이는 목줄을 풀고 별이 목줄만 잡고 길을 나선다. 강이도 별이도 그리 좋아할 수가 없다.
목줄 없이 강이는 동서남북 누비면서도 구심점 별이를 시야에서 놓치는 법이 없다.
둘이는 어느 풀 냄새를 맡으면 자기 볼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가다가 꼭 찾아 볼 일을 보는 것이 신기하다.
오늘은 새로 오신 관리장님 댁이 주유소 옆이라 하시어 방향을 반대로 하여 그쪽으로 나섰다.
길섶에 둥근잎유홍초 씨가 맺혀, 씨를 받느라고 걸음을 멈춘 사이, 별이가 목줄을 벗었다.
둘은 함께 나를 벗어나 달아났다. 빈 줄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보다 빨리 벌써 마당 제 집에 들어와 있기를 바랐다. 없었다. 기다렸다.
고추밭에 마지막 고추가 빨갛게 익어서 고추를 따며 기다렸다. 기미도 없었다.
해는 기울고 나는 기도도 못했는데 식사시간이다. 먹는 둥 마는 둥 다시 나와 보니 개집 근처는 여전히 썰렁했다.
맘씨 천사 같은 한 자매가 차를 몰고 찾으러 가자하여 두어 바퀴 돌며 찾아 헤맸으나 감감했다.
포기하고 돌아왔다.
아직 설거지가 끝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식당에서 식탁준비를 했다.
그때 복도에서 “강아!”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 귀를 의심했다.
나가보니 복도에 강이가 들어와 있었다.
한 자매가 현관 복도를 지나가는데 별이가 유리문 앞에서 안을 드려다 보더란다.
문을 여니 강이가 쑥 들어와 식당 쪽으로 달려갔단다.
어찌 된 일일까. 마당에 있는 자기들 집에 가지 않고 수녀원 현관까지 올라와서,
우리 여기 왔다고 알리려 하고 있었다는 말이지. 그리고 한 번도 들어와 보지 않은 복도 안까지 달려 들어오다니,
누구를 찾아 확인시키려 했을까. 2시간을 헤맸겠지.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동물이 사람보다 낫지. 그들 살기 어렵게만 만들고 있는 인간들의 세계에서 사느라고 복잡할 터인데,
어찌 이리 정확하고, 의리 있고 성실할까.
둘이 맹렬히 짖어 나가보니, 이웃 밭에 트랙터가 밤일 하러 들어오고 있었다.
"하늘의 새들아 주님을 찬미하라.
짐승과 가축들아 주님을 찬미하라"(다니 3, 80-83),
이 사랑스런 수도공동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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