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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은 이야기

임원지2015.05.26 13:24조회 수 166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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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은 이야기 / 아주 사적인, 긴 만남/마종기 & 루시드폴/2009/웅진

 

<[시인 마종기] 아버지 마해송을 추억하다 2015.05.03>를 우연히 신문에서 발견하고 그에게 관심이 생겨, 한수풀도서관에 가서 그의 시집 <그 나라 하늘 빛>을 빌려와 읽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울었습니다. 닛자 1년은 내게도 그처럼 해외교포의 삶일 수 있어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한 권 더 읽은 그의 책 <아주 사적인, 긴 만남(마종기 & 루시드폴)>에서 감동한 부분 몇 구절을 책 읽을 시간 부족한 이웃들에게 나누어 드립니다.

 

p.92 2007.12.18, from Florida(마종기) 윤석 군은 국적 항공기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겠네요... 미국에 와서 정신없이 의사 수련 공부를 하고 5년 만에 처음으로 혼자 귀국을 했던 때인데, 그때는 고국이 가난해서 국적기도 없었지요. 고국이 점점 가까워 오던 시간에 비행기 기내 방송에서 갑자기 “여기서부터가 한국입니다. 30분 안에 김포 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라는 한국어 방송이 들려왔습니다. 반사적으로 비행기의 작은 창을 통해 밑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고도가 천천히 내려가는 비행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너무나 비참하게 헐벗은 모습 때문이었지요. 고국의 땅은 모두 헐벗어서 먼지가 풀썩거릴 듯 민둥산 언덕뿐이었습니다.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가난하게 버려진 모습이었습니다. 착잡한 마음을 다스리려는데 기내 방송에서 갑자기 한국 동요가 들려왔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눈물이 쏟아지려고 해서 입술을 깨물며 기내 창문으로 얼굴을 기대었습니다. 더 이상 막을 수 없던 눈물이 기어이 흘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아, 점잖은 의사가 이게 무슨 망신인가 하며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하는데 그 때 내 귀에 나와 똑같은 톤의 흐느낌이 들려왔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비행기 좌석에 그대로 앉은 채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그해가 1971년이었습니다.

p. 94 나는 고국을 떠나온 지 오래 되어 고국을 향해 감 내놔라 배 내 놔라 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멀리서 고국을 보면 유독 정치가 눈에 띄게 저급해 보입니다. 예술 장영주, 장한나, 스포츠 축구 4강,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수영 박태환, 골프 한국의 낭자들, 경제 이십년 전 그리스 산골 동네에 혼자 우뚝 서있던 현대자동차의 광고판... 헌데 정치는 어떻습니까? 완전히 후진국 모습입니다.

p.96 작년인가, ‘입양한 우리 애가 말을 안 하니 봐 달라’고 간청하던 미국인 부부가 있었습니다. 집에 가 보니 입양된 후, 한 달 동안 단 한마디도 안 하고 있는 세 살배기 한국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방구석에서 웅크리고 앉아 벌거벗은 짐승처럼 나를 바라보았지요. 그 아이는 내가 건넨, 미국에서 들은 한국말 한마디 ‘이름이 뭐냐?’ 라는 질문에 무작정 왕왕 울어버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입양아가 언어장애가 아니라는 사실을 엉뚱하게 증명해준 적도 있지요. 이 아이가 왜 한국말 한마디로 고집을 꺾었을까요? 한국 사람도 살 수 있는 동네라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 아닐까요.

모로코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우리 집 뜰일을 하는 청년이 왜 나에게 ‘한국이 부자 나라가 된 것은 입양아를 미국에 팔아 돈을 모았기 때문’이란 말을 하는 걸까요? 올해 초 고국에서 만든 <마이 파더>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실화라고 하더군요. 거기에 나오는 입양한 미군 병사는 잔인하게 살인 행위를 한 사형수를 아버지로 오인하고 있었는데 유전자 검사에서 아버지가 아닌 것이 판명되고 난 후에도 자기 아버지라고 끝까지 우깁니다. 친부모를 모르는 이 병사의 무서운 외로움!...

p.113 (루시드폴) 경기 이전에 뉴스에서는 폴란드와 독일의 경기를 크게 다루었습니다. 아마 역사적인 사실 때문이겠지요. 경기가 열리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대거 이동한 양국 국민들의 과열된 열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경기에서는 너무나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어요. 독일 팀의 공격수인 포돌스키, 이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폴란드 이민자 2세인 그가 넣은 두 골로 독일은 폴란드 상대로 역대 전적 16전 무패의 기록을 이어가며 크게 이겼습니다. 첫 골을 넣은 후 그는 예의 다른 선수들이 골을 넣고 나서 하는 그런 류의 흥분된 세레모니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조용히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또 다른 ‘조국’에 대한 미안함 같은 게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싸했습니다.

p.208 (마종기) 지난 해 나는 광화문 근처에서 2개월을 살았는데 광우병 촛불 시위가 대단했지요... 왜 이렇게 불평불만이 많은 국민이 만연해 있는가 하는 것이 내 관심사... 그 불만이 꼭 미국산 쇠고기만이 아니었다는 것... 나는 그때 이들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시를 내가 쓸 수 없을까... 나는 윤석군이 이렇게 배신감, 상실감, 허탈감이 많은 사람들, 그들 영혼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노래를 불러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기를 바랍니다... 하루 10억 달러 수출하는 수출 강대국이 되었으면서 왜 해외 입양아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와 섞여 세계 4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왜 그렇게도 떼를 지어 서로 미워하고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이 거리마다 넘치고, 나라의 정치와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국회에서는 자신들이 얼마나 교양이 없는가를 날마다 드러내야 하는지요?

p.211 전 세계에서 인구 당 해외 교포가 가장 많은 민족이 중국이 아니라 한국인인 것을 아세요? ...저 북해의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에도 한국인들이 잘 살고 있습니다. 비틀거리면서 자기들의 주장과 이득만 챙기려는, 죽기 살기 식의 흑백논리 정치에 신물이 나서, 먹고 살기의 피 말리는 경쟁에서 밀려나 적은 희망이나마 찾아보려고 고국을 떠난 디아스포라 한국인은 꺼져가는 불씨같이 민족공동체의 의미를 간직하고 살고 있습니다. 물론 이념을 뺀 민주주의지요. 얼마 전에 재미있는 글... 중국과 인도와 한국의 교포들 중에 무작위로 2천 명에게 설문조사... 만약에 미국과 당신의 출생국이 운동 결승 경기를 한다면 어느 나라를 응원하겠느냐는 질문에, 중국과 인도 출신은 40~50%가 중국, 인도를 응원한다고 했는데 한국 출신은 무려 94%가 한국을 응원한다고 했답니다......

 

이런 글들을 읽으면서 저는 양식 있는 국민이 해외에도 많음에 감사했고, 마음으로 끝내 고국을 떠나지 않는 저들을 꼭 기억하고 기도해 주고 싶어졌습니다. 저들의 삶이 고국으로 하여 든든해 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창틀에 핀 꽃이 어제는 오글오글 손을 곱혔더니 물을 주고 오늘 보니 신기하게 다시 펴졌습니다. 물이 부족했던 것! 풀 한 포기도 손길을 만나면 힘을 얻습니다. 이렇게 두루 통교가 되는 세상을 위해 사진도 올립니다. 루시디폴(조윤석)이 제주에 와 산다 하니 만나보고 싶습니다. 150526 任元智 Cecilia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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